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를 바탕으로 러시아 음악가 차이코프스키가 곡을 쓰고, 프랑스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한 작품으로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연말이면 세계 곳곳에서 공연된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더불어 차이코프스키의 고전주의 발레 3대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다이나믹하고 짜임새있는 안무를 맡았으며, 러시아에서 직접 제작하여 들여온 웅장한 무대세트와 화려하고 독특한 의상 및 장신구가 공연을 돋보이게 한다.
낭만주의 발레(Romantic Ballet)가 신비로움, 꿈을 꾸는듯한 환상적인 무대 등에 중점을 둔다면 고전주의 발레(Classical Ballet)는 조화, 대칭, 질서와 같은 형식적 가치에 주안점을 둔다. 그 이후에 등장한 신고전주의 발레(Neo-classical Ballet)에서는 극적인 요소를 일체 배제하고 순수한 몸동작만으로 이루어진 형태의 발레가 등장한다. 현대 발레에 이르면 다양한 범주의 사상과 예술적 장르가 혼합되어 하나의 새로운 형태의 예술로 전환해 가는 절충주의(Electicism)의 영향으로 타 장르의 표현 기법을 수용함으로써 발레와 타 장르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 '호두까기 인형'은 고전주의 발레(Classical Ballet)의 대표작중 하나로 서곡(Prelude), 캐릭터 댄스(Characteristic Dance),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 등의 기본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다.
판소리에 여러 판본이 있듯이 발레의 경우에도 안무가에 따라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 '호두까기 인형'의 경우 대표적으로 프티파-이바노프판과 바이노넨판이 있다. 프티파-이바노프판은 환상적인 것을 강조하는 반면에 바이노넨판은 사실성을 중시한다. 프티파-이바노프판에서는 1막과 2막에서 각각 눈의 요정과 사탕 요정이 춤을 추는 모습을 소녀가 구경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바이노넨판에서는 여주인공이 성인이 되어 직접 춤을 춘다.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여기에 다시 변화를 주어 2막에서 과자의 나라 대신 크리스마스 랜드를 방문하는 것으로 한다.
1막은 크리스마스 이브날 마리네 집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파티와 함께 시작한다. 우아한 파티복 차림의 친지들이 차례로 입장하고 흥겨운 파티 분위기가 연출된다. 마리는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로 받지만 동생 프리츠의 장난으로 망가지고 마리는 울면서 잠이 든다. 꿈속에서 쥐왕 군단이 인형들을 갉아먹으려 하자 호두까기 인형은 대포 소리를 신호로 장난감 병정들을 지휘하여 한 판 승부를 펼친다. 호두까기 인형이 위기에 처할 때 마리가 쥐왕을 향해 신발을 던짐으로써 전세는 역전되고 호두까기 인형은 왕자로 변해 감사의 표시로 마리를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입구로 인도한다. 크리스마스 랜드로 가는 길에 마리와 왕자는 눈송이들과 더불어 춤을 춘다.
2막에서 그곳까지 쫓아온 쥐왕과의 일대일 결투를 벌인 호두까기 왕자는 마리의 도움없이 쥐왕을 가볍게 제압한다. 크리스마스 랜드에 도착한 마리와 왕자는 스페인, 인도,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인형들을 만나고 각국 인형들의 축복속에 결혼식을 올린다. 이윽고 마리는 현실처럼 생생한 꿈에서 깨어난다.
몸집이 작은 무용수가 직접 호두까기 인형으로 등장하여 익살스러운 동작을 보여준다. 눈의 왈츠 음악에 맞춰 1막의 휘날레를 장식하는 코르 드 발레(Corps de Ballet, 군무)는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클래식 튀튀(다리 전체를 드러내는 접시처럼 확 퍼진 발레용 치마) 차림의 무용수들이 무질서해 보이는 속에서도 질서를 갖춘듯 서로 충돌하지 않고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는 흩날리는 눈송이를 연상시키며, 찻잔이 여러 방향으로 미끄러지듯이 도는 형태의 놀이기구가 떠오르기도 한다.
2막에서는 인형 차림의 솔리스트들이 남녀 다섯 쌍을 이루어 스페인, 인도, 중국, 러시아, 프랑스의 순으로 캐릭터 댄스(Characteristic Dance, 독특한 민속 무용 동작을 발레화한 동작)를 펼치는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 잠깐동안 여러 가지 춤을 선사해서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부분)이 선보인다. 그중에서 인도인형의 정적(靜的)인 춤동작과 이에 대비되는 중국인형의 동적(動的)인 엘레바시옹(Elevation, 도약)과 피루에트(Pirouette, 스핀)가 인상적이다. 이어서 꽃의 왈츠 음악에 맞춰 등장하는 코르 드 발레(Corps de Ballet, 군무)가 매우 신비롭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리와 왕자의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 5단계 형식의 2인무)다. 두 무용수가 입장하여 인사하는 앙트레(Entree), 두 남녀가 느릿한 음악에 맞추어 추는 아다지오(Adagio), 남성무용수가 나와 개인기를 보여주는 남자 바리아시옹(Variation pour le danseur), 여성무용수가 나와 개인기를 보여주는 여자 바리아시옹(Variation pour la danseuse), 마지막으로 두 남녀가 빠른 음악에 맞추어 최고의 기량을 펼치며 끝내는 알레그로 코다(Allegro Coda)가 이어진다. 뽀앵뜨(Pointe, 발 끝을 완전히 세워 춤추는 동작)를 유지한채 발레리나가 미세한 떨림속에 파 드 부레(Pas de Bourree, 마치 바느질 땀처럼 촘촘하게 종종걸음으로 움직이는 스텝)를 선보일 때는 아찔하기까지 하다. 발레리노의 파워 넘치는 동작들에서는 왕자다운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박수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발레는 축구와 닮아있다. 손을 사용함으로써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이 축구를 통해 발과 기타 신체부위를 활용해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축구공을 이런 저런 방향으로 몰고간다. 마찬가지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문명을 이루어온 인간이 발레를 통해 일체의 언어를 배제한채 음악에 맞춰 몸동작만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내용을 전개한다. 축구처럼 발레에는 절제의 미학이 있다. 이러한 절제의 미학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감동을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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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발레는 음악의 교향악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지요.
다리 전체를 드러내는 접시처럼 확 퍼진 스커트, 다시말해 클래식 튀튀에 이르게 됩니다.
치마 길이를 줄인 발레리나는 카마르고(Marie Camargo, 1710-1770)였습니다.
낭만주의 시대에 발레리나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하얀 모슬린 천을 겹겹이 붙인 로맨틱 튀튀를 입었습니다. 마치 종처럼 생겼지요.
매튜 본(Mattew Bourne)의 「Swan Lake」(1996)에서는 여성이 아닌 남성들이 백조로 등장합니다.
호프만의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왕의 이야기'에 기초
차이코프스키는 호두까기인형의 작곡을 의뢰받고 오케스트라 편성에 쓸 새로운 악기(사탕요정의 춤에 나오는 '첼레스타')를 찾으러 프랑스까지 달려갈 정도로 다양한 구상에 매달렸다. 사탕요정의 춤에 '첼레스타'라는 악기를 사용하여 마치 아침이슬이 내려앉는 듯한 영롱한 효과를 냈다. 또한 환상적 분위기를 위한 하프의 사용이나 극중 에피소드에 어울리는 관현악법의 진기함은 놀랍다.
(다른 버젼 줄거리)
2막은 일종의 디베르티스망으로 초코렛이 추는 스페인춤, 커피가 추는 인도춤, 차가 추는 중국춤, 풀피리가 추는 프랑스춤 등 각국의 민속춤을 보여준다. 유명한 장미꽃의 왈츠가 나온 후 마지막으로 사탕요정과 왕자의 2인무가 피날레로 나온다.
(역사)
발레(Ballet)라는 말은 발레티(balletti | 이탤리어 '발라레(ballare)'에서 유래된 말. '발라레'는 '춤을 춘다'라는 뜻)에서 온 것인데, 이때의 발레는 우리가 지금처럼 보듯이 신비로운 하얀 의상에 토슈즈를 신고 발끝으로 서는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단순히 그 시대의 궁정무용에서 사용된 춤 형식을 가리킨 말이었다.
필리뽀 탈리오니는 18살이 될 때까지 별다른 재능을 보이지 않았던 딸에게 당시 다른 발레 학교와는 전혀 다른 발레 기술을 가르쳐서 '낭만주의'의 전설을 창조했다. '낭만주의'의 포인트는 '현실을 잊고 꿈을 꾼다'는 것이다.
탈리오니가 관객들에게 꿈을 꾸게하기 위해 개발한 발레 기술이 바로 포인트(불어식 발음으로 '뽀앵뜨 Pointe') 기법이다. '포인트 = 뾰족하다'라는 뜻. 쉽게 말해 '발 끝을 완전히 세워 춤추는 동작'이 바로 포인트 기법이다. 필리뽀 탈리오니는 딸 마리에게 이 기법을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결과, <라 실피드 ('공기 요정'이란 뜻)>를 추는 마리 탈리오니의 모습은 인간이 아닌 완전한 요정처럼 보였다.
<실피드>에서 탈리오니가 입었던 상체는 꼭 끼고 치마는 박사처럼 부풀어올라 무릎까지 내려오는 흰색 의상이 등장하여 발레 의상의 한 유형을 창조했다. 이 의상을 일컬어 '로맨틱 튀튀 Romantic Tutu'라고 부른다. 가스 조명 같은 신기술도 이때 나온다. 숲속의 신비로운 분위기 연출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프티파와 이바노프는 발레에 일정한 규칙과 절차를 만들어서 발레의 틀을 완벽을 기해 짜냈다.
결과 프티파와 이바노프의 발레를 보면, 교향곡의 서곡처럼 발레의 내용을 처음에 예고하듯이 꾸민 서곡(Prelude) 부분, 솔리스트(독무자)들이 줄거리와는 상관없이 다채로운 춤들을 많이 보여주는 디베르티스망(Divertissment), 남녀 주역무용수들의 화려한 발레 기술을 보여주는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 '큰 2인무'란 뜻) 형식이 꼭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법도와 형식을 중요하게 여기던 그 시대의 보수적인 관객들에게 프티파와 이바노프가 마련한 이 발레 형식은 정말 믿음직스럽고 황홀한 것이었다. 발레 애호가들은 '권위가 있다'는 뜻으로 이 발레 형식에 '고전주의 발레' 라는 말을 붙인다.
한편, 미국 뉴저지 극장의 마크 모리스처럼 현대의 발레안무가들은 점점더 자유로운 표현과 기교를 사용하면서 현대무용과 구분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만들어 내고 있다. 다행히 발레안무가들의 작품에는 내용 전달이나 기교를 중요시하는 특성이 담겨있으므로 간간히 보이는 발레동작이나 내용묘사로 발레라는 사실을 알아내야 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용어)
이처럼 발레가 진행되는 동안에 줄거리와는 별로 관계가 없지만 잠깐동안 여러 가지 춤을 선사해서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부분을 '디베르티스망'이라고 한다. 디베르티스망의 원래 뜻은 '오락 또는 막간의 여흥'이라고 한다. (Divertissement)
발롱 (Ballon) - 도약하는 동안 공중에 머물러 있는 듯이 보이게 하는 기술. 마치 공의 바운스처럼 가볍고 탄력있게 점프하여 부드럽게 내려오는 것이 관건이다.
<호두까기인형>의 2막 크리스마스 랜드를 보면 스페인춤, 중국춤, 인도춤, 러시안춤, 프랑스 춤 등이 나온다. 주역은 따로 있으면서 이렇게 주역 못지 않은 춤 실력을 보여주는 이가 바로 '솔리스트'.
엘레바시옹(Elevation) - 앙트르샤, 가브리올르, 주테 등 무용수들의 도약 자체를 의미하거나, 도약할 때 높이 솟아오르는 능력을 지칭하기도 한다. 발롱과 마찬가지로 공이 튀어오르듯이 가볍고 탄력있게, 높이 뛰어올라야 한다.
주테 (Jete) - 원래 ''던지다''라는 뜻. 한쪽 다리는 마치 던지듯이 공중에 날리면서 다른 다리로 이어가는 도약. 모든 방향으로 다양한 형태의 주테가 가능하며 공중에서 다리를 일자로 쫙 벌리는 모습은 ''크게(Grand)'' 주테한다고 해서 그랑 주테(Grand Jete)라고 부른다.
주테 앙 투르낭 (Jete en Tournant) - 투르낭은 ''도는''이란 뜻. 주테는 ''도약''을 의미한다. 따라서 ''돌면서 도약한다''는 뜻. 오른발을 앞으로 5번자세로 한후 왼쪽 발로 도약하고, 공중에서 오른쪽으로 도는 동안 오른쪽 다리는 위쪽으로 올려 오른쪽으로 돌린다. 몸통은 뒤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된다. 착지할 때는 오른쪽 발로 아티튀드 크루아제 상태에서 착지한다. 이 모든 동작이 중지 없이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캐릭터댄스 Characteristic Dance - 보통 정통 발레는 엄격한 규칙에 따라 동작을 하기 때문에 강한 개성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안무자들은 독특한 민속 무용 동작을 발레화 시켜 ''캐릭터 댄스''라고 이름붙이고 주역들의 춤 사이 사이에 양념 처럼 끼워넣었다.
투르 앙 레르 (Tour en l''air) - 투르 = 돌기, l''air = 공중. 따라서 공중에서 몸 전체를 회전시키는 자세를 말한다. 주로 남성 무용수들이 이 테크닉을 구사한다. 현대무용에서는 여성 무용수들도 시도한다.
<지젤> 2막을 보면 창백한 여성무용수들이 항아리 모양의 발목 까지 오는 길고 하얀 튀튀를 입고 나오는데 이를 '로맨틱 튀튀 Romantic Tutu'라고 부른다. '로맨틱 = 낭만적인' 이란 뜻인데, 이 로맨틱 튀튀가 처음 선보인 것은 1832년 낭만발레시대를 열었던 <라 실피드>에서 주인공 마리 탈리오니가 입으면서부터이다. 유진 레미(Eugene Lamy)라는 디자이너가 낭만발레의 큰 특징인 '공기 처럼 나풀거리는 몸짓'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파 드 부레 (Pas de Bourree) - 마치 바느질 땀처럼 촘촘하게 종종걸음으로 움직이는 스텝. 대부분의 발레 동작에서 주로 여성 무용수들이 뿌앵트한 자세에서 많이 아주 많이 사용하는 동작이다. ''지젤 2막''에 등장하는 죽은 처녀들의 영혼인 윌리의 춤이나 ''백조의호수'' 호숫가 장면에서 백조들의 춤에서 이 동작을 특히 많이볼 수 있다.
'뽀엥뜨 슈즈(Pointe sho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