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마트컨슈머 라이프/문화탐방

[영화] 시티 오브 갓 (Cidade De Deus. 2002)




예전에 썼던 영화평

영화 '시티 오브 갓'(Cidade de Deus)은 폴로 린스(Paulo Lins)의 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브라울리오 맨토바니(Braulio Mantovani)가 시나리오로 각색한 것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페르난도 메어레스(Fernando Meirelles)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소설에서는 주인공 로켓이 폴로 린스의 친구인 백인으로 되어있으나, 영화에서는 로켓이 폴로 린스의 역할을 대신하여 나레이션을 맡는 흑인으로 되어있다. 영화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의 한 마을 시티 오브 갓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실제 촬영은 시티 오브 갓이 아닌 인접 마을에서 이루어졌다.

캐스팅에 있어서는 잘 알려진 배우의 경우 극중 배역보다는 기존 이미지가 더 크게 각인될 것을 우려하여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뉴페이스를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이들은 워크샵을 통해 연기 지도를 받았으며 대본을 암기하여 그대로 읊어대기보다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일정한 상황만 제시받고 즉흥적으로 대사를 내뱉었다. 이 영화에서 핵심은 시티 오브 갓이라는 공간적 배경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물에 대한 소개에 인색하지는 않다.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각 인물의 캐릭터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때로는 직설적인 소개가 주어지기도 한다.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브라질의 삼바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에 잘 녹아든다. 영상 또한 수준급이다. 느리게 혹은 빠르게 템포 조절이 이루어지고, 핸드헬드 카메라를 통한 자연스러움, 화면분할이나 일시멈춤(pause) 등의 다채로운 기법이 모두 등장한다. 페르난도 메어레스 감독은 텔레비젼 CF감독 출신답게 영상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잘 담아냈다. 영화 중간에 적절한 소제목을 활용해서 스토리의 전개에 체계를 부여하는 등의 정돈된 모습도 보여준다. 시간의 흐름도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하는 등 이동이 자유로우나 어지럽고 산만하기보다는 짜임새 있고 적절하다.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 시티 오브 갓의 60년대, 70년대, 80년대를 담고 있다. 60년대에는 세 명의 깡패로 구성된 텐더 트리오(Tender Trio)가 가스통을 가득 실은 트럭을 털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가스통을 나눠주는 생계형 범죄가 이루어진다. 70년대에 이르러서는 리틀 제가 갱단을 구성하여 마약 사업을 경영하는 기업형 범죄로 발전한다. 80년대에 이르자 리틀 제의 갱단과 넉아웃 제드가 합류한 캐롯 갱단 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이들의 몰락과 함께 어린 아이들로 구성된 런트 일당이라는 과격한 갱단의 출현이 예고된다. 이렇듯 시대적 흐름에 따라 시티 오브 갓의 잔혹성과 광기는 그 강도를 더해간다. 

갱단과 경찰 사이에 끼어서 오도 가도 못하는 로켓의 모습이 영화의 시점(視點)을 드러낸다. 희망이 없는 슬럼 지역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밖의 세계에 완전히 동화되지도 못하는 로켓은 그저 묵묵히 끊임없이 셔터를 눌러댄다. 렌즈를 통해 투영되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필름에 담는 사진사 로켓은 담담하게 시티 오브 갓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권총을 장난감 다루듯 하는 아이들이나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살인 등의 범죄행위를 일삼는 이들을 보고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그렇게 묘사되었기 때문이라기보다 실제 사건이 그만큼 충격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