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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컨슈머 라이프/문화탐방

[영화] 버킷리스트





언젠가부터 영화평이나 공연평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

영화평 혹은 영화후기를 쓰다 보면

영화를 보는 중에도 그 생각이 자꾸 들기 때문이다.

"이건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아,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 되겠구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때문에

정작 영화 자체는 오히려 외면받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영화에 대한 느낌을 남겨두지 않으면

금새 잊혀버리기 때문에 그 아쉬움을 피하기 위해

굳이 거창한 영화평은 아니더라도

영화에 대한 짤막한 감상 정도는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중에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

어쭙잖은 평을 다시 읽고는

가장된 진중함이라든가 유치한 감상에

홀로 배를 쥐고 깔깔 웃기도 하겠지만

그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는 것도

나름 소중하니까

 

여유가 생겨서 그동안 못 본 영화를

많이 감상할 수 있는 사치가 주어졌다.

그중에서 몇 편이라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비타민 같은 영화를 만나고 싶었는데

방금 감상한 이 영화 참 맘에 든다.

 

'The Bucket List'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버디 무비, 로드 무비라고 할 수 있겠다.

버디 무비와 로드 무비가 결합된 형태, 참 맘에 든다.

등장인물이 지나치게 많지 않아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한결 수월하고,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에 대해서도 재발견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

이들은 극단적으로 상반된 캐릭터를 보여준다.

잭 니콜슨은 열여섯살부터 돈을 벌기 시작해

지금은 모건 프리먼이 끊임없이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라고

경악할 정도로 엄청난 부를 이루었건만

그 과정에서 가정 등의 인간관계에는

아쉬움이 많다.

 

모건 프리먼은 가난한 흑인으로

Jeopardy 퀴즈프로그램의 문제를

거의 다 맞히는 퀴즈광인데

한때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으나

가정을 이루고 아내와 아이들과 더불어 살면서

자신의 꿈을 한켠에 묻어버렸다.

 

물과 기름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정이 든 이들은

세상을 뜨기(kick the bucket) 전에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를 함께 작성하여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라고 칭한다.

 

둘이서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이루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이집트 피라미드, 인도 타지마할,

아프리카 사파리 등으로의 여행을 떠나면서

이들은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자신들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영화 결말에 이르러서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버킷 리스트를 모두 채운다.

 

'이보다 좋을 순 없다'에서 빛을 발했던

잭 니콜슨의 독설은 여전하다.

그저 착하기만 한 영화였다면 이질감을 줄 수 있었을텐데

핍진성을 살릴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공이 컸다.

선량한 캐릭터가 잘 어울리는 모건 프리먼 역시

나이 든 흑인 인텔리의 역할을 잘 소화해낸다.

 

"자신의 삶이 행복했는지?"

"자신으로 인해 타인들이 행복했는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에 따라

이집트에서는 천국행과 지옥행이 결정된다고 믿었다 한다.

이 두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할 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