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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컨슈머 라이프/문화탐방

[책]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사실 이 책을 집어들 때에는 책의 내용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였습니다. 제목 도가니를 봐서는 그 내용을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냥 단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공지영氏의 작품이니 호기심이 생겼을 뿐입니다. 그런데 책의 뒷편에 있는 인권변호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님의 추천글을 보고 이 책이 그냥 흥미 위주의 책은 아닐거라는 짐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가니 - 10점
공지영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박원순 변호사님의 추천글 내용을 소개합니다.


도가니와 무진시는 안개로 뒤덮인 이 세계의 축소판이다. 이 완강한 씨스템은 온갖 거짓과 협잡과 폭력이라는 안개를 동원해 치부를 감추고 진실을 질식시키려 한다. 누구나 말할 수는 있다. 거짓과 싸워야 한다고, 진실을 영원히 은폐할 수는 없다고, 길을 잃어도 희망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또 누구든지 폭력과 위선 앞에 분노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릴 수는 있다. 하지만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온힘을 다해 무서운 폭력과 거짓이 세워놓은 안개감옥으로 뛰어들어 죽어가는 진실을 구해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놀랍게도 작가 공지영이 이 일을 해냈다. 약자 중에 약자인 장애아들의 편에 서서 광란의 도가니를 뒤엎고 거짓된 씨스템을 흔들어놓은 것이다. 그의 작업이 눈부신 것은 지옥도 같은 이 세계의 한복판에서 파헤친 진실의 두 손을 높이 치켜세워 만인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한바탕 분노와 눈물로 끝내버리지 말고 진실을 끝까지 응시하라고, 중요한 것은 진실을 끝끝내 기억하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희망을 살려내는 가장 튼튼한 뿌리라고. 우리가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믿어온 것들이 퇴보해가는 이 시대에 도가니는 아름답고 준열한 정신을 새롭게 일깨우는 수작이다.



공지영 작가가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어떤 신문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고 해요. 장애아동들을 위한 특수학교시설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및 부당한 처우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 장편소설은 법정소설이기도 합니다. 거대한 권력에 맞서 장애우들의 편에서 그들의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이 이야기의 결말은 사실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책을 읽으면서 만약 장미빛 환상으로 점철된 결론을 무리하게 시도한다면 핍진성이 많이 떨어질 수 있으리라는 걱정을 했죠. 그런데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무척 현실적인 네버엔딩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결론은 아직 미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습관처럼 책의 곳곳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들을 메모해 두었습니다.


(p.93) 서유진은 굵은 침을 한번 삼켰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언제나 모호한 말로 상대를 유인하고 다중의 의미로 번역될 수 있는 말을 흘림으로써 순진한 상대의 해석을 오류로 몰아붙이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 특유의 직감으로 지금 여기서 더 말싸움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p.131) 우리나라가 그렇게 좋은 나라 아닌 줄은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그지 같을 줄은 몰랐어. 우리 많이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거 같아. 교육청, 시청, 다 얽혔어. 무진여고 무진고, 아니면 초등학교 아니면 처조카 아니면 무사모, 아니면 영광제일교회...... 인호야, 글쎄 사입억이야, 사십억! 그 인간들이 우리 세금 일년에 사십억 가져다가 그런 짓을 한 거야. 예산 감시하는 시의회에 진정하러 가려고 남자 간사 보냈더니 허탕치고 왔어. 시의원들 몇명이 성폭행으로 성추행으로 입건된 상황이래. 것두 한 놈은 엘리베이터걸을 추행한 혐의야. 엘리베이터 안에서...... 너무 코미디 아니니? 우리 여기서 딸 키우고 살아야 하는거지? 이 발정난 나라에서, 응?

(p.165)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 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도처에서 진실이라는 것이 외면당하는 데도 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있는 것이다.



공지영氏 장편소설 도가니를 읽으면서 참 많이 화가 나고 심장이 벌렁벌렁 가슴이 뛰었습니다. 날 것의 진실을 어떻게든 왜곡하고 감싸안는 공모의 현장에서 소수자는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내부고발자에게 가해지는 그 엄청난 협박과 회유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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