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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소비/문화생활

[영화] 월드 인베이젼 (World Invasion, 2011)



영화 <월드 인베이젼>은 영화제목 그대로 세계 침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흔히 외계인들이 우리에 대해 우호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월드 인베이젼>에서의 표현을 빌자면 외계인들이 우리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할 거라고 믿고 있죠. 영화 <이티(E.T.)>가 우리에게 너무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류 베리모어가 아역 시절 이티와 손가락을 맞대던 그 순간의 감동과 환희에 너무 젖어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어쩌면 외계인들은 <브이(V)>에서처럼 사악한 존재들일지도 모릅니다. 전우주를 통틀어 액체 형태로 물이 존재하는 행성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물이라는 자원을 노리고 지구를 침략하는 설정입니다.


영화 초반부에 지구 쪽으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운석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발표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운석들은 마치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는 양 대도시의 주요 거점 해안가를 향합니다. 또한 위성사진에 의하면 운석들이 모두 동일한 형태의 고철덩어리를 담고 있습니다. 운석을 구경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있지만 알고 보니 이 운석 덩어리들은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타고 온 운송수단들입니다.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외계인들의 지구에 대한 공격이 시작됩니다. 외계인들의 화력은 실로 막강합니다. 한 번 터질 때마다 불바다가 되곤 하죠. 사람들은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며 도망칩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영화는 외계인 침공에 앞서 해병대 요원들 한 명 한 명의 삶을 조명합니다. 해병대원이기 이전에 이들은 각자의 삶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려는 연출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병들을 훈련시키다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 체력이 뒤따르지 않음을 느끼고 은퇴하려는 노병, 결혼을 앞두고 꽃장식 등을 예비신부와 의논하는 예비신랑, 만삭의 아내와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게 입맞춤을 하는 예비아빠, 아직 총각딱지를 떼지 못해서 다른 해병대 전우들로부터 놀림을 받는 막내, 시민권을 따고 싶어서 군에 입대한 나이지리아인 군의관(의무병),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신출내기 장교 등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일부분씩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끌벅적하기로 유명한 못 말리는 3대 모임에 해병대 전우회가 빠지지 않고 꼭 들어가죠. 시끌벅적한 3대 모임의 나머지 둘은 고려대 동문회와 호남 향우회 되겠습니다. 미국에서의 해병(U.S. Marine)에 대한 자부심 또한 이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스타크래프트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린 내지 해병은 최강의 사기 유닛 아니겠습니까? 어지간한 경우 해병만 뽑아도 게임을 끝낼 수 있다는 것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통해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영화 <월드 인베이젼>에서도 예외가 아니죠. 해병으로 끝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대지, 대공 공격력 모두 뛰어난 해병만이 마지막 희망입니다.


헐리웃 영화는 어쩜 그리도 눈물샘을 잘 자극하는 것일까요? 영화 <월드 인베이젼>을 보면서 두 대목인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군요. 작위적인 연출에는 절대 울지 않으리라 맹세를 했건만 감성 연출 한방에 그냥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평소에는 퇴물 취급을 받더라도 실전에서는 역시나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이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더군요. 다양한 전장에서의 수많은 경험들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을만큼 재밌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의 즐거움을 남겨두기 위해 주요 스포일러는 당분간 혼자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