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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컨슈머 라이프/문화탐방

[책] 몸의 생 / 함신미 자전 에세이


이 책 몸의 생은 함신미氏의 자전 에세이에 해당합니다.
전에 일본 호스티스 출신 변호사가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라는 책을 썼다고 들었는데
이 책 또한 무척이나 파란만장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몸의 생 - 10점
함신미 지음/이야기(자음과모음)
이 책 몸의 생은 호스티스로서 쾌락에 탐닉하는 창녀의 삶을 영위하던 작가 함신미氏가
하나님의 감화를 받고 섬김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여 소록도에서 봉사하는 모습까지 담고 있습니다.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느낌 등 시점에 입각해 있기 때문에
무척이나 실감이 나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어쩌면 앞부분은 묘사가 지나치게 적나라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서 인간의 육체적 쾌락이 전부라고 믿던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까요.

호스티스로 쉽게 번 돈을 작가는 또한 쉽게 탕진하는 형태의 삶을 18년 가량 살았습니다.
호스트바 일명 호빠를 드나들기도 하고 영계남들에게 돈을 뿌리면서 쾌락에 몰입했던 것이지요.


일본 관광객들을 접대한다는 의미의 다찌라는 개인적으로 몰랐던 용어도 등장하더군요.
함신미氏는 현지처 노릇도 해보는 등 정말 그쪽 세계에서는 경험하지 않은 일이 거의 없더군요.
이렇게까지 자신의 깊숙한 치부를 드러낸다는 것은 참으로 용기를 요하는 일이였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함신미氏는 종국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하나님으로부터 감화를 받게 됩니다.
병으로 인해 몸이 약해지는 속에서도 참회의 삶을 위해 그리고 속죄를 위해
함신미氏는 소록도 나환자촌에서 나병환자들을 돌보게 됩니다.


나병환자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몸이 썩어문드러지도고 감각이 없어서 파리떼가 눈알을 파먹고 바퀴벌레가 몸을 갉아먹는데도
이를 모른다고 하니 이 얼마나 끔찍한 일입니까?

또한 책 속에 몇 가지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기 때문에 옮겨 적고자 합니다.


(p.102) 화류계 우정은 그야말로 바람 같은 것이다. 그 세계를 떠난 사람들은, 모든 걸 잊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 세계에서 알았던 사람과 다시는 만나지 않는다. 혹 그 세계에 속한 적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가정이고 인생이고 다 망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헤어지면 그만이다. 화류계에 다시 돌아와 만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화류계를 떠나는 사람에게 "또 만나자"는 인사는 악담이나 다를 바가 없다.



사랑과 고마움에 대한 미안함 등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대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p.116) 고마운 일이 있으면, 그건 돈이든 아니면 다른 성의 표시로 갚아야 한다. 그냥 마음속에만 그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새겨두고 다른 이에게 갚아도 좋으리라. 그런데 끌리지도 않고 이성으로서 좋은 감정도 일지 않는 사람을, 신세졌다는 이유로 애써 관계를 맺어서 결과가 좋은 걸 나는 보지 못했다.



책의 중간 중간을 보면 작가 함신미氏의 앙칼진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그녀가 얼마나 외롭고 거친 삶을 살아왓을지 짐작하고도 남을 수 있습니다.
참회의 삶, 섬김의 삶을 선택한 그녀, 함신미氏가 맞이하는 제2의 삶에 축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