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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컨슈머 라이프/문화탐방

[나는가수다] 나는가수다 국민가수 김건모의 재도전이 씁쓸한 이유


금번 서바이벌 나는가수다 김건모 재도전 결정을 두고 설왕설래 말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서바이벌 방식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케이블 방송들에서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많이 접했는데 일단 재미라는 관점에서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효과가 있긴 하더군요.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약하니까 인간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끔 만드는 점이 슬펐습니다. 감추고 싶은 모습들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것이 안타깝더라구요.

그렇지만 일단 서바이벌이 진행된다면 누구라도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룰에 의해 진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가수다 7명의 가수가 정정당당하게 겨뤄서 탈락자가 결정되고 탈락자는 이에 승복하는 미덕을 보일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여기서의 탈락이 그 사람의 가수로서의 자질 부족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1위를 했던 가수 윤도현氏도 인정했듯이 긴장감으로 인해 라이브 무대에서 박자를 놓치는 등의 실수는 늘상 있기 마련입니다.



나는가수다의 용호상박 진검승부 상황에서 깻잎 한 장 차이로 떨어졌다고 해서 이를 두고 시청자들 혹은 관객평가단들이 "니가 가수냐?"라고 손가락질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1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골고루 7명의 가수들이 펼치는 명승부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것이며 텔레비젼 앞에서 우리가 본방사수를 하는 것 또한 나는가수다 7명의 가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치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에서일 것입니다.

나는가수다 7명의 가수들은 80년대 추억의 곡을 각각 배정받았고 각자의 스타일대로 편곡하거나 재해석하여 무대위에 서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소라氏의 너에게로 또 다시, 김건모氏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 김범수氏의 그대 모습은 장미, 윤도현氏의 나 항상 그대를, 정엽氏의 짝사랑, 박정현氏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 백지영氏의 무시로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죠. 공연 순서까지 추첨을 통해 공정하게 정해졌습니다.



지난 일요일 방송분에서 나는가수다 첫 탈락자가 결정될 예정이었습니다. 녹화 당시 첫 탈락의 주인공을 대신하여 출연할 가수까지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상황이죠. 나는가수다 7명 가수들의 공연이 모두 끝난 후 관객평가단은 익명 투표를 마쳤습니다. 최종적으로 나는가수다 1위 가수와 꼴찌 가수만이 호명되었는데, 1위 가수로는 윤도현氏가 호명되었고, 첫 탈락자로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국민가수 김건모氏가 호명되었습니다.

나는가수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가수들 7명이 경연을 펼치는 서바이벌 형식의 방송입니다. 정상급 가수들이 지닌 실력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어느 누구라도 탈락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는 국민가수라고 해서 그 이유만으로 탈락을 비껴갈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나는가수다 500명의 관객심사단이 평가한 결과를 제작진이 너무나도 쉽게 뒤집어버린 것입니다. 제작진이 결정권을 가수 김건모氏 그리고 이소라氏, 윤도현氏, 박정현氏, 정엽氏, 백지영氏, 김범수氏에게 넘기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직접적인 책임은 피하려고 하였습니다.

결국 먼저 다른 6인의 도전가수들이 가수 김건모氏의 재도전에 대해 미리 양해를 하고, 김건모氏가 재도전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형식이었습니다. 나는가수다의 진행을 맡은 한 가수는 김건모氏가 재도전의 기회를 얻지 못하면 진행을 거부하겠다고까지 선언했었던 상황이었죠. 가수 김건무氏는 담당 매니저와 편곡자 뿐 아니라 소속사 사장과도 장시간 상의한 끝에 재도전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재도전이 가능하다는 룰이 탈락자 결과의 공표 후에 급조되었다는 것입니다. 원래부터 한차례에 한해 재도전할 기회가 있다는 식의 지침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소위 선배가수가 탈락하자 나는가수다에 원래 없던 룰이 새롭게 갑작스레 도입된 것입니다.

노래실력보다 립스틱을 바르는 퍼포먼스가 악영향을 미친 것이므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한번 더 부여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만약 1위를 한 윤도현氏가 탈락했더라면 재즈피아니스트 유니氏의 탓으로 돌릴 수 있었던 것일까요?



나는가수다 제작진의 결정은 500명 관객심사단을 비롯하여 그 시간대에 텔레비젼 앞에서 손에 땀을 줘가면서 방송을 지켜본 많은 이들의 신뢰를 배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계급장을 떼고 정정당당하게 겨뤄야 할 경연장에서 "후배들이 원한다면" 재도전 하겠다는 선배가수의 모습이 마냥 좋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나는가수다 왠지 노이즈 마케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느낌이어서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