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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컨슈머 라이프/문화탐방

[게임] 테라 오픈에 즈음한 게임의 추억


게임과 맺은 첫번째 인연은 어릴적 조그만한 게임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물을 넣어서 버튼을 마구 마구 누르는 형태의 아날로그(?) 게임이었습니다. 동생과 서로 하고 싶어서 다투던 기억이 있습니다. 전자로된 조그만한 게임기들이 생겼는데 핀볼 같은 것들 정도밖에 없었음에도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단순하기만 한 게임들이었지만 공부보다는 훨씬 재미있었기에 몇 시간이고 빠져들고는 했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제대로된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처음에는 당시로서는 최신품인 무슨 막대기 같은 것이 왔다 갔다 하는 게임기가 있었습니다. 그 막대기로 움직이면서 조그마하게 움직이는 것을 치는 방식이었는데 별 내용도 없으면서 야구, 축구, 당구 같은 이름을 붙여놓았더군요. 텔레비젼에 연결해서 하는 게임이라는 점이 신기해서 많이 했었는데 금새 고장이 나버리고 어머니의 반대로 수리도 못하고 방치해버리고 말았답니다.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텔레비젼에 연결하는 게임기 중에서 제대로된 제품이 생겼답니다. 그 당시 세가(sega)와 닌텐도(Nintendo)가 경합을 벌이고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Nintendo Entertainment System)이라는 게임기를 사주셨습니다.

슈퍼 마리오 게임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핀볼만 하다가 슈퍼 마리오를 접했으니 어떠했겠습니까?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시기만 하면 하루 온종일 게임만 했었답니다. 그전까지는 부모님이 어디 나가시면 따라가지 못해서 성화였는데 게임기가 생기고부터는 절대 따라다닐 일이 없어서 부모님께서 너무나 기특해하셨죠. 다 커서 그런줄 아셨겠지만 실은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랍니다. 슈퍼 마리오 외에도 재미있는 게임이 참 많았어요. 지금도 기억나는 게임 팩들이 젤다의 전설(The Legend of the Zelda), 엘리베이터 액션(Elevator Action), 솔로몬의 열쇠(Solomon's Key), Kid Icarus(이카루스 소년), 마이크 타이슨의 펀치아웃(Mike Tyson's Punch Out) 등이었습니다. 아버지를 졸라서 게임팩을 참 많이도 샀었어요. 게임팩이 스무 개도 넘었으니까요. 한마디로 골라 하는 즐거움이 있었죠.

대학교에 들어가기까지는 컴퓨터가 없었기에 컴퓨터 게임은 알지 못하고 간간히 시간 나는대로 게임기를 갖고 노는게 유일한 즐거움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고3 때의 스트레스도 게임기로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술 마시고 담배 필 때 저는 혼자 집에서 게임만 했거든요. 공부하다가 잠깐 잠깐 취하는 휴식으로는 게임기가 딱이었죠. 슈퍼마리오 1, 2, 3을 다 깨고 젤다의 전설도 다 깼었죠. 그래서인지 저는 밖으로 나돌 일이 없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직행이었습니다. 주말에도 주말 학원 이외의 시간엔 주로 게임을 했었고요.

대학교에 들어가서 컴퓨터가 생기면서부터 컴퓨터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 때 했던 게임이 인디애나존스4, 프린세스메이커2 정도였어요. 인디애나존스4가 너무 힘들었었는데 친구가 매뉴얼이 있다고 알려주면서 보내주는 바람에 금새 깨버리긴 했지만 허망하더군요. 프린세스메이커2는 다양한 모습으로 공주를 키우면서 참 자식키우는 보람(?)을 느껴보기도 했고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애늙은이 같은 한탄을 하게 되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친구가 실컷 게임을 하다가는 시험기간만 되면 자기는 필요 없다고 게임을 빌려주더군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시험기간에 게임을 많이 하게 되었답니다. 공명전, 삼국지5를 하면서 참 즐거웠어요. 공명전은 단순하면서도 스토리가 연속으로 이어지고 화면이 큼지막해서 좋더군요. 큰 어려움 없이 깰 수 있었습니다. 삼국지5는 다양한 군주를 선택해서 장수를 부리면서 여러 가지 진법을 활용해서 전투를 하는 것이 색달랐습니다.

하이텔, 나우누리 같은 통신이 유행하면서 머그(MUG)가 유행이더군요. 그런데 요금이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통신 열기가 시들해지고는 인터넷이 보급되었어요. 인터넷 정액 요금제가 생기면서부터 통신의 부담이 줄어들었죠. 그때부터 온라인게임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혼자서 하는 게임만 즐기다가 여러 명이서 동시에 접속해서 하는 게임을 해보니 그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어른이 무슨 게임이냐는 핀잔을 뒤로한채 조금씩 빠져들었습니다.

국민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를 친구에게서 배웠죠. 처음에는 복잡해서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데 조금씩 익숙해지더군요. 다른 선배에게서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The Age of Empire)를 배웠습니다. 스타크래프트처럼 단기간에 승부가 나지는 않지만 그래픽이며 빌딩이 참 멋있어서 호감이 가더군요. 아기자기한 탱크로 인기를 끌던 포트리스2도 배웠습니다. 계급제 방식을 차용해서 그 계급에 따라 게이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다 보니까 계급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하게 되더군요.

폐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게임에 빠져들게 된 것은 디아블로2를 하면서부터였습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는데 MMORPG는 정말 중독성이 강하더군요. 계속 누적되는 방식이다 보니까 1-2개월 해서 장비를 어느 정도 갖추고 나서는 절대 그만둘 수가 없더군요. 디아블로2 확장팩까지 나오면서 레벨업이 수월해져서 전 캐릭 다 최상 레벨인 99를 만들었습니다. 아이템이나 조단링 복사 파동으로 인해서 수많은 게이머들이 디아블로2를 떠나고 나서야 저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거의 한 1년간은 디아블로2에 푹 파묻혀 지냈던 것 같아요.

중간중간에도 디아블로2만큼 빠져 지내지는 않았지만 이런 저런 게임을 조금씩 하곤 했었어요. 한게임이나 넷마블 등의 소프트코어(softcore) 게임도 했었어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상 커뮤니티 방식인 조이시티, 까페9 같은 것들도 해봤죠. 잠깐 잠깐씩 플래쉬 게임의 단순함에 빠져들기도 해봤고요. 그러다가 메이플스토리(Maplestory)라는 게임을 접하게 되었어요. 일단 화면은 예전에 제가 좋아하던 슈퍼마리오와 같은 2D를 사용하고 있더군요. 패션온라인 게임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게임답게 캐릭터들과 장비들이 많이 귀엽더군요. 이런 저런 게임을 하다 만난 친구들과 친목 길드를 만들어서 종종 하고 있습니다.

저와 디아블로2를 같이 하던 친구는 지금 플스2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가끔 만나면 플스2 자랑에 여념이 없습니다. 스트레스 풀기에 그만한 게임이 없다고 하더군요. 게임 팩을 같이 교환해가면서 하자고 자꾸 저보고도 플스2를 구매할 것을 종용하고 있죠. 저도 중간에 플스2 체험관에서 잠깐 한 적이 있는데 매뉴얼 없이 하다 보니까 조금 어려운 느낌이었지만 제가 고등학교 때까지 하던 게임들과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싶으면 플스2나 X-Box 같은 게임기를 구매하는게 좋다고 해서 조금씩 알아보고 있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후 결혼하고 생길 아들 녀석과 게임기를 놓고 서로 하겠다고 다투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래도 둘러보니까 요즘 아빠들은 실제로 아들이나 딸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그로 인해서 가족간 대화도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더군요. 그래서 뭐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에 디아블로2를 할 때도 카우킹 셋트를 어느 아버지에게 팔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조금 비싸게 팔고 있어서 그랬는지 그만한 값어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들이 너무나 갖고 싶어해서 사겠다던 그 아버지의 말이 어찌나 감동적이던지요.

게임 하다가 온라인상에서 만난 한 40대 아저씨의 말씀도 기억에 남습니다. 자신에게 있어 게임은 아주 매력적인 취미일 뿐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게임을 맘껏 하고 싶어서 1년간 휴직도 신청했다던 그분을 보면서 참 멋지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게 있어서도 게임은 남들이 술마시고 영화보고 스키타는 것처럼 취미생활일 뿐이니까요. 앞으로도 제가 게임에 완전히 물려버리지 않는한 제 취미생활은 계속될 거에요.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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