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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컨슈머 라이프/문화탐방

[뮤지컬] 빨래



빨래는 때 묻은 옷이나 피륙 따위를 물에 빠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빨래는 단순히 옷이나 피륙 따위를 깨끗이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정화(淨化) 의식이기도 하다. 빨래는 낡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구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낡은 것 그 자체를 새 것처럼 만든다.  

불법체류자 신세로 체불임금을 받지 못하고 흠씬 두들겨맞으면서도 경찰에 인계될 경우 쫓겨날까봐 저항조차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 사는게 죽느니만 못한 애물단지 딸 때문에 악착스럽게 방세를 받아챙기고 종이박스를 모으면서 근근히 살아가는 60대 할머니

모른척 외면하는 이들과 달리 직장 언니의 부당해고를 나 몰라라 하지 못하는 따뜻한 심성 때문에 말 한 마디 거들었다가 괘씸죄로 먼지 투성이 창고로 밀려나면서도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기간을 채워야 한다며 이를 묵묵히 감내하는 27세 당찬 아가씨

그들의 삶이 갑자기 나아지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여전히 반지하 혹은 옥탑방 신세를 면치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씩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서로를 보듬어 안으면서 그들은 어제와 다른 오늘, 그리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향해 나아가리라.

우리의 빨래 문화를 소재로 해서 일상에서 묻어나는 감정의 앙금과 같은 묵은 찌꺼기들을 씻어내고 깨끗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 점이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