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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컨슈머 라이프/문화탐방

사막의 새벽 - 와리스 디리 아프리카 여행기


사막의 새벽은 와리스 디리의 아프리카 여행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와리스 디리의 아프리카 여행기라기보다는 고향 앞으로 쯤이 더 어울리려나요. 와리스 디리가 방송국의 도움으로 어머니와 극적인 상봉을 한 이후 다시 가족들을 만나러 떠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와리스 디리는 전작 사막의 꽃에서 밴드 활동을 하는 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였습니다. 아이도 갖게 되었지요. 와리스 디리는 결코 결혼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역시나 와리스 디리는 그 남자와 헤어지고 돌싱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혼 후 와리스 디리는 자신의 뿌리를 찾아 아프리카로의 여정을 떠납니다.



아프리카 소말리아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가난, 굶주림, 배고픔, 병들어 죽어가는 아이들 등 참으로 쓸쓸한 풍경이 떠오르죠. 그런데 와리스 디리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아프리카의 딸 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는 아프리카 소말리아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죠.



살짝 놀랐던 것은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의 모습이 얼마전까지의 우리나라 대한민국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집어던질 정도로 무섭던 와리스 디리의 아버지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예전의 그 무섭기만 하던 아버지가 아닙니다. 와리스 디리의 아버지는 과연 정식 의사 면허증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사람으로부터 별다른 장비도 없는 사막에서 눈을 치료받다가 상처가 덧나서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죠.



아버지한테 얻어 터지던 소위 매맞는 아내였던 와리스 디리의 어머니는 와리스 디리의 아버지 즉 자신의 남편을 끝까지 챙깁니다. 아버지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아프리카 소말리아를 떠나지 못한다고까지 하죠. 그것 뿐이 아니라 그녀는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모든 것이 남아 있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고 하면서 딸인 데저트 플라워 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에게 아래의 이야기를 들려주죠.


"옛날에 돈많은 고명한 술탄이 살고 있었어."

엄마가 말을 꺼냈다.

"히이예."

우리 형제들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이야기다! 엄마의 눈이 불빛에 빛났다. 엄마는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깜빡거리는 불빛 위로 뻗은 팔과 손가락으로 장단을 맞추었다.

"술탄은 수놓인 셔츠와 보드라운 카펫을 갖고 있었어. 모가디슈의 인도양 해변에는 산들바람이 선선하게 드는 술탄의 성이 있었지. 거기엔 아라비아에서 가져온 진귀한 보석과 비단이 가득했어. 술탄이 있든 없든 방에는 제일 값비싼 향이 타고 있었어. 그런 엄청난 부자였지만 술탄은 행복하지 않았단다.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어. 술탄에게는 아내가 여럿 있었는데 그 여자들은 끊임없이 다퉜어. 아들들은 서로 싸웠고 딸들은 토라졌어. 술탄은 사고 싶은 건 뭐든 살 수 있었지만 행복이나 만족은 얻지 못했지. 밤새 잠을 못 이룬 어느 날 아침, 술탄이 하인들을 불러 얘기했어.

'가서 진실로 행복한 사람을 찾아보아라. 그런 사람을 찾거든 내게 데려오너라. 그 사람에게 할 말이 있다.'

하인들은 온 나라를 찾아 헤매다가, 어느 날 작은 우물가에서 가난한 한 남자를 만났어. 남자는 바싹 마른 낙타에게 먹이기 위해 물을 길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 낙타의 젖을 짜면서도 흥얼거렸고, 얼마 안 되는 젖을 술탄의 하인들에게도 나눠주었어. 남자는 배가 고파도 웃으면서 농담을 했어.

'당신은 행복한가요?'

하인들이 물었어.

'행복하지 않을 일이 있나요?'

남자가 대답했지. 그러자 가장 나이 많은 하인이 말했어.

'선생, 술탄의 성으로 함께 가주시오. 우리 주인님께서 선생을 만나고 싶어합니다.'

남자는 그러기로 하고 하우드에서 큰 도시 모가디슈까지 갔지. 그곳에는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았어. 수많은 사람들, 여러 가지 색깔, 갖가지 냄새와 맛이 나는 것들이 말이야. 술탄은 그 남자에게 진귀한 과일과 달콤한 사탕을 후하게 대접하고 풍성한 잔치를 열어주었어. 수놓인 고아(망토)도 선물했지.

'행복의 비결이 뭔지 말해주게.'

마침내 술탄이 푹신한 베개에 기대앉아 말했어. 가난한 남자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어. 혀가 이에 딱 붙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지. 사막에 살때 자신을 기쁘게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어. 그냥 행복하다고 느꼈을 뿐이었지. 술탄은 실망해서 남자를 쫓아냈어. 결국 남자는 자신의 낙타와 나무로 깎은 우유그릇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어. 하지만 술탄의 성에서 본 온갖 놀라운 것들을 잊을 수가 없었어. 그후 다시는 행복할 수 없었단다."


와리스 디리는 엄마의 뜻을 알아듣고 더 이상 엄마에게 뉴욕으로 같이 가자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금방 또 놀러 오겠다고 약속할 수 있었을 뿐이죠.

사막의 새벽 - 10점
와리스 디리 지음, 문영혜 옮김, 잔 다엠/섬앤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