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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컨슈머 라이프/문화탐방

[책] 소년을 위로해줘 - 은희경 저


은희경氏 저서 중에 장편으로는 새의 선물을 가장 좋아하고, 단편집으로는 타인에게 말걸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 이후로 은희경氏의 팬이 되어 은희경氏 저서는 빠트리지 않고 챙겨 읽는 편입니다. 그렇게 해서 은희경氏 최신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소년을 위로해줘 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관련글] [책] 타인에게 말걸기 - 은희경

 



은희경氏의 이전작품인 새의 선물에서도 그랬듯이 미성년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열일곱살짜리 연우가 주인공인데 사회적 시선에 따른다면 이혼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결손가정 아이입니다. 어머니는 연하의 남친을 사귀고 있기까지 합니다. 주변사람들이 겪고 있는 아픔이 같이 그려집니다. 책의 제목인 소년을 위로해줘는 노래 제목이기도 합니다.


태수가 채영의 손을 잡아끌어 손바닥에 뭔가 적어주던 모습이 왜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걸까. 내가 그때 어떻게 해야 했었는지, 왜 그런 생각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걸까. 왜 나는 꼭 무슨 결심을 해야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거지?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는 있는 거야? 다른 사람에게는 간단한 문제가 왜 나에게는 어려운걸까. 지금 나는 변명을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후회를 하고 있는 걸까. 나라는 녀석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대체 어디까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소유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면 지레 포기하면서 마치 원하지 않는 척 허세를 부려온 건 아닐까.

엄마에게 뭘 사달라고 해본 적이 거의 없다. 그건 철이 들어서가 아니었다. 갖고 싶은 게 별로 없었다.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게 뭐든 어차피 시간이 지나고 나면 처치곤란이거나 어딘가에 처박아둘 게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을 부러워하지 않는 법을 일찍 익혀버린 것일까. 힘든 싸움보다는 마음 편히 지는 쪽을 택한 것인지도.

(103 ~ 104쪽)




은희경氏 소설 작가의 말이 와닿는 경우가 참 많아요. 전에도 악동과 같은 어긋남을 갖는 글짓기를 하겠다는 말에 무척 공감했었는데 이번에도 작가의 말 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어서 옮겨 적습니다.


사실 나는 위로를 잘 믿지 않는다. 어설픈 위안은 삶을 계속 오해하게 만들고 결국은 우리를 부조리한 오답에 적응하게 만든다. 그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는 거기 실려간다. 삶이란 오직,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이란 것이 생겨나고 변형되고 식고 다시 덥혀지며 엄청나게 큰 것이 아니듯이, 위로도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러니 잠깐씩 짧은 위로와 조우하며 생을 스쳐 지나가자고 말이다.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우리 모두 안에는 상처 받기 쉬운 여리디 여린 연약한 어린 소녀 혹은 소년이 살고 있다고요. 그렇게 본다면 우리 모두 위로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지영氏 책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이런 엄마가 있는 것도 참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언제나 바른 소리만 하는 꼰대들의 세상에서 나에게 공감해줄 수 있는 누군가도 필요한 법이니까요.

소년을 위로해줘 소년을 위로해줘 - 10점
은희경 지음/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