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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컨슈머 라이프/문화탐방

[콘서트] 여행스케치 쓰리 生(쌩) 쑈



예전에 썼던 공연평

여행스케치는 1989년 여름에 각 대학의 노래꾼들이 모여 결성한 그룹으로 옴니버스인 1집 앨범 "별이 진다네"를 내면서 10명의 혼성 멤버로 출발하였다. 5명의 멤버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다가 지난해부터는 원년 멤버인 리더 조병석과 메인보컬 남준봉의 듀엣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2,000여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을 통해 팬들과 늘 가까이 해왔던 여행스케치는 2004년 12월8일부터 2005년 1월2일까지 "쓰리 生(쌩) 쑈"라고 하여 기간별로 "송구영신 쑈", "크리스마스 쑈", "근하신년 쑈"의 세 가지 테마별로 콘서트를 펼친다.

12월8일에 "송구영신 쑈"의 첫 공연이 있었다. 첫 공연의 묘미는 아무래도 크고 작은 실수들에 있다. 원고가 사라져서 해야할 말을 잇지 못하는가 하면 소품으로 등장한 대형 텔레비젼이 부러지기도(?) 했다. 모처럼 준비한 즉석드라마 여치 生生(생생) 극장 "파리 빵집의 연인"에서도 순서가 어긋나기 일쑤였다. 웃음을 의도한 대목에서 웃음보가 터지지 않아 잠시동안 공연장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두가 준비 부족의 산물이기보다는 첫 공연의 긴장감과 설레임 때문임을 알기 때문에 팬들은 아낌없이 뜨거운 박수와 열렬한 환호로 격려를 보냈다.

누군가 그랬다. 옛 노래가 자꾸만 듣고 싶어지는 이유는 그 노래가 특별히 음악적으로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노래와 함께 떠오르는 지난 추억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또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여행스케치의 노래에는 추억이 담겨 있다. 자연, 사람, 어린 시절, 그리움 등을 이야기하는 서정적인 노랫말은 감성을 자극한다.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향수", "옛 친구에게", "기분좋은 상상" 등의 노랫말을 음미하면서 꿈많던 그 시절 추억속으로 빠져들었다. 노래 중간에는 메인보컬 남준봉의 빼어난 입담으로 내내 즐거웠고 진지함속에 유머를 담아내는 리더 조병석도 감초 역할을 했다. 가끔씩 끼어드는 기타리스트의 엉뚱함도 재미를 더했다.

1부 끝무렵에는 가수 김가연이 등장하여 여행스케치와 함께 "난 나직이 그의 이름을 불러 보았어"를 들려주었다. 김가연은 여행스케치가 2부를 준비하는 동안 영화 "코요테 어글리" 삽입곡을 들려주기도 하고 자신이 부른 드라마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 삽입곡 "세상 앞에서(캔디송)"을 불러주기도 했다. 다음 게스트인 포장 코디네이터 황인자의 미니 특강이 이어졌다. 그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유용한 선물 포장법과 예쁜 리본 매듭법 등을 소개했다. 주 관객층이 2030 세대이고 연말연시임을 감안할 때 유익하고 참신한 시도였다. 하지만 단시간내에 습득하기는 힘든 내용이고 콘서트에서 팬들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른 관계로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관객이 많았다.

마지막곡으로 여행스케치가 "여행스케치"를 부를 때쯤에는 모든 관객이 일어서 있었다. 앵콜을 연호하는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다시 등장한 여행스케치는 "별이 진다네"와 "산다는건 다 그런게 아니겠니"를 앵콜곡으로 불렀다. 혼성 보컬 그룹에서 이제는 전자음이 가미된 밴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음악으로 전환한 여행스케치는 앞으로 어떤 색깔의 음악을 보여줄까? 이들은 여행스케치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지만 여행스케치의 예전 모습은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해달라는 당부 또한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