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마트컨슈머 라이프/문화탐방

[책] 아홉살 인생


아홉살 인생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위기철
출판 : 청년사 2001.01.26
상세보기

죽음이나 이별이 슬픈 까닭은..
우리가 그 사람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해줄 수 없기 때문이야.
잘해주든 못해주든..
한 번 떠나버린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슬픈거야 ....

- <아홉살 인생> 위기철 -


위 대목이 가장 많이 인용됩니다. 사실 이 부분을 많이 접했지만 그 출처가 <아홉살 인생>인 것은 책을 읽고 나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이틀에 걸쳐 <아홉살 인생>을 읽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여자의 마음은 도저히 알 수 없다며 주인공이 윤희 누나에게 이야기하자 윤희 누나 자신도 모른다고 대답하던 부분입니다. 그리고 골방 철학자의 이야기에 많이 집중되었는데 그곳에 작가의 감정이입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끝없이만 펼쳐질 것 같던 이십대가 꿈만 꾸다 끝나버린 것처럼 느껴지니 스물아홉이던 작가가 그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겠죠. 때로는 배신도 당하지만 그걸 피하기 위해 고립 속에 빠져드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입니다. 균형감각을 상실하기 때문이죠. 감정이란 언제나 내버려두면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기에 사람들 속에서 발맞추어 나가면서 그 수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항상 엉뚱한 이야기만을 지껄이는 기종이가 오히려 진실에 근접해 있습니다. 불을 뿜어낸다는 산지기, 외계인 같다는 골방 철학자, 자신을 아프게 한다는 외팔이 허상사, 싸움꾼 담임선생 모두 극단적인 비유를 사용하였을 뿐 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니까요. 주인공의 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는 바람직한 어른상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릴적 깡패생활을 했을지언정 어머니를 만나고 또한 아들을 갖고부터는 정말 자랑스런 그런 아버지가 아닐 수 없으니까요. 아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도 하고, 부당한 폭력을 가하는 악(풍뎅이 영감)에게는 똑같은 방법으로 대항하기도 하고... 주인공은 산지기에게 아버지로부터 배운 교훈을 그대로 적용하여 시원하게 한 방을 먹이죠.

보통 친구와 특별 친구에서 우리는 익숙함과 화려함 속에서 즉, 현실과 환상(꿈, 낭만)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환상(꿈, 낭만)에 취해서 현실을 다 잊어버리고 도피하고자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우리의 발목을 잡습니다. 언젠가 어느 블로그에서 보았듯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차문을 열어주고 의자를 뒤로 빼주는 최상의 서비스에 취해 있다가도 집에 들어와서는 아내의 등쌀에 밀려 고무장갑을 끼고 분리수거에 나가는 언밸런스한 모습이 웃지 못할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책을 읽고 얻은 교훈이 있다면 아무리 큰 상처를 입을지언정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혼자만의 몽상에 빠지는 dreamer가 되어서는 곤란하니까요.